[특별기고] 김영명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대표
교육부는 지난 6월 유보통합 실행 계획안을 발표하고 0세 반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2로 개선할 방침을 밝혔다. 이는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1~2세 반의 경우, 기존 보조교사 배치 기준을 다소 수정한 것에 그쳤고, 3~5세 반에서도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실행 계획안에 의하면 3세 반은 1:13, 4세 반은 1:16, 5세 반은 1:18을 초과하는 경우 시간 강사나 인건비 지원을 추가하는 정도의 개선이 계획되어 있다. 학급당 평균 비율을 통해 과밀 학급을 해소하려는 시도는 여전히 실제 교사 대 아동 비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평균 수치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과밀 학급에서 겪는 교사와 아이들의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은 교사, 부모, 교육·보육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사항이다. ⓒ김영명

◇ 오랜 세월 교사, 부모, 전문가가 함께 요구해온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은 교사, 부모, 교육·보육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요구해 온 사항이다. 2020년 보육교사 한 명이 19명의 만 4세 유아를 돌보던 중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는 이를 더욱 절실히 보여줬다. 이 사건으로 유아가 목숨을 잃었고,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교사 대 아동비율 개선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 동의했지만 정부의 대응은 보조교사 증원과 안전 교육 강화에 그쳤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 부모 모두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 필요성을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로 꼽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진행된 육아정책연구소의 모니터링 연구와 최근 이루어진 교육과정 관련 조사(김영명, 2024)에서도 드러났듯이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은 이래서 필요하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영유아기는 다양한 감정과 사회적 요구를 경험하는 시기로, 교사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개별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비율로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영유아는 발달적으로 사고 위험이 높아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하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적절하지 않으면 교사가 여러 아동을 동시에 돌보며 개별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 특히, 외부 활동이나 산책, 현장학습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교사 수가 충분하지 않으면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늘어나는 발달지연 아동을 위한 예방적 지원이 절실하다 

최근 발달지연을 보이는 영유아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발달지연 아동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개별적 지원을 필요로 한다. 발달지연은 언어, 사회성, 신체 발달 등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지닌 충분한 수의 교사가 필수다. 그러나 현재의 교사 대 아동 비율로는 발달지연 아동에게 필요한 개별 지원을 제공하기 어렵다. 영유아기는 발달지연을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 영유아 교육기관의 일상생활에서 조기 개입이 이루어지면 발달지연과 발달장애를 예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교사 대 아동 비율의 법령화로 모든 영유아에게 동일한 기준 적용돼야    

지역별로 유치원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차이가 나는 상황은 교육적 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 이제까지 유치원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은 일정한 기준이 없이 시도교육청에 의해 지역마다 달랐다. 교육부 유보통합 실행계획안에 나와있듯 만3세 유아의 경우 최저 1:13에서 최고 1:24, 만4세의 경우 1:16~1:26, 만5세는 1:18~1:28로 편차가 컸다. 지역의 여건과 상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가 엄연히 차별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마다 적용되는 비율이 달라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차별을 경험하는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지방자치제가 발달해도 교사 대 아동 비율 만큼은 전국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유보통합이 되더라도 기존 보육에서와 같이 교사 대 아동 비율의 전국적 통일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야 하며, 아동 수가 적은 지역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교육현장의 안전과 안정, 개선을 위해 교사 대 아동 비율 더 미루면 안 된다 

현재 어린이집에 적용되고 있는 교사 대 아동 비율은 2004년 이후 변화가 없었으며, 유아교육법에서는 “학급당 최소 및 최대 유아 수는 유치원의 유형, 지역 여건 등을 고려하여 관할청이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아의 발달권 보장과 양질의 유아교육을 할 수 있는 첫 번째 조건인 교사 대 아동 비율에 대한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채 매우 미비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보조교사의 증원이나 학급당 평균 비율을 낮추는 접근이 아닌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존 영유아보육법령에 제시했듯이 전국이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제시하는 것이 영유아의 발달권 보장과 차별 금지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교사 대 아동 비율 상황은 오늘날의 교육 환경과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저출생 사회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요구하는 부모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비율 개선안을 제안한다.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제안. ⓒ김영명

교사 대 아동 비율의 개선은 아동의 발달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교사가 충분한 시간을 개별 아이들에게 할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이는 영유아가 차별없이 질 높은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저출생으로 인한 원아 수 감소, 낮은 정원충족률이 불러온 원아모집 경쟁으로 인한 교육의 파행을 해결하고 교육 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와 교육기관이 영유아의 발달권을 중심으로 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차별 없는 교육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베이비뉴스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는 각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기고를 원하는 분들은 이메일(pr@ibabynews.com)로 기고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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